솔직히 처음 《호프》 예고편을 봤을 때, 저는 그냥 나홍진 감독표 괴수 액션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외계인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인간이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그런 익숙한 공식.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서 집에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 하나 생겼습니다. 외계인 입장에서 이 이야기를 다시 쓰면 어떻게 될까? 나홍진 감독은 누구에게도 악의가 없지만 각자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상황들이 충돌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그 말이 계속 걸렸습니다.시점 전환 — 선악 구조가 흔들리는 순간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당황했던 장면은 외계인이 처음 등장하는 시퀀스였습니다. 마을에 기묘한 흔적이 쌓이고 사람들이 공포에 휩싸이는 그 과정을 보며 저도 자연스럽게 인간 편에 서 있었..
《빌리 엘리어트》는 2000년 개봉 당시 영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작품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발레 소년의 성공담이려니 했는데,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건 춤이 아니라 빌리를 가로막던 수많은 눈길들이었습니다. 영화 속 발레는 단순한 예술 장르가 아닙니다. 빌리가 '남들이 정해준 나'와 '내가 원하는 나' 사이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해가는 상징적 언어입니다.발레가 상징하는 것 — 성별 편견과 자기 선택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주목한 건 '왜 하필 발레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빌리는 처음부터 발레를 원했던 아이가 아닙니다. 아버지 재키와 형 토니는 복싱을 기대했고, 그 기대 자체가 1980년대 영국 더럼 ..
솔직히 《원더》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어기한테만 집중했습니다. 눈물도 어기 때문에 흘렸고, 영화가 끝난 뒤 기억에 남은 것도 어기의 표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다시 보다가 이상하게 비아 장면에서 멈추게 됐습니다. 뭔가 이 인물이 제가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원더》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기를 둘러싼 인물들—비아의 억눌린 외로움, 잭의 변화 과정, 그리고 영화 전체에 깔린 다시점(多視點) 서사 구조—이 사실은 이 영화의 진짜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비아의 외로움이 낯설게 느껴진 이유《원더》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비아가 왜 외로운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부모가 비아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동생 어기가 비아에게 나..
죽음을 소재로 한 영화가 오히려 삶을 더 살고 싶게 만든다면, 믿어지시겠습니까. 픽사의 《코코》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별 기대 없이 틀었습니다. 해골 캐릭터에 화려한 색깔, 멕시코 배경이라니 — 아이들용 판타지겠거니 싶었습니다. 그런데 엔딩이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는 동안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오래 연락 못 한 할머니한테 전화해야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코코》가 말하는 죽음과 기억, 그리고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제가 직접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죽음을 축제로 만드는 문화 — 《코코》의 세계관 팩트《코코》의 배경이 되는 '디아 데 무에르토스(Día de Muertos)', 즉 죽은 자의 날은 단순한 영화적 설정이 아닙니다. 여기서 Día de Muertos란 ..
《트루먼 쇼》(1998)는 개봉 당시 리얼리티 TV 포맷을 SF적 극단으로 밀어붙인 영화였습니다.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는 태어난 순간부터 전 세계에 생중계된 삶을 살아왔고, 주변 인물 전원이 계약 배우였습니다. 처음 봤을 때 저는 설정 자체가 너무 황당해서 웃으면서 봤는데, 두 번째 관람에서 전혀 다른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이미 결말을 아는 상태에서 트루먼의 평범한 아침 출근 장면을 다시 보니, 그 '평범함'이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된 것인지 새삼 섬뜩했습니다.영화 속 복선과 상징이 말하는 것들《트루먼 쇼》를 분석할 때 가장 자주 거론되는 개념이 '디에제시스(diegesis)'입니다. 여기서 디에제시스란 영화 속 세계, 즉 등장인물들이 경험하는 허구의 현실을 의미합니다. 트루먼에게는 씨헤이븐이 완전한 디에..
솔직히 말하면, 저는 처음에 이 영화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처음 봤을 때 "예쁘게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 하나만 갖고 극장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로 봤을 때, 화려한 색채 연출과 대칭 구도가 단순한 미적 취향이 아니라 이야기와 맞물려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분홍색 건물이 왜 그렇게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지, 화면비가 왜 갑자기 달라지는지 — 그 이유를 하나씩 따져본 결과를 정리했습니다.색채 연출 — "예쁜 화면"이라고만 생각했던 제 실수일반적으로 색채 연출(Color Grading)은 영화의 무드를 조정하는 후반 작업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색채 연출이란 촬영된 영상의 색조와 명도, 채도를 조절해 관객이 느끼는 감정의 방향을 잡아주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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