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썬》은 개봉 당시 전 세계 영화제에서 32개 상을 수상하거나 노미네이트된 작품입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와 딸의 여름 휴가"라는 설명이 너무 단순하게 들렸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며칠 동안 특정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가 왜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다르게 읽히는지, 그리고 저는 어떻게 봤는지 솔직하게 정리해 봤습니다.기억이라는 장치: 영화가 설명하지 않는 이유《애프터썬》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꺼내야 할 단어는 '비선형 서사(non-linear narrative)'입니다. 비선형 서사란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뒤섞거나 기억의 파편처럼 흩어진 장면들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
솔직히 《원더》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어기한테만 집중했습니다. 눈물도 어기 때문에 흘렸고, 영화가 끝난 뒤 기억에 남은 것도 어기의 표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다시 보다가 이상하게 비아 장면에서 멈추게 됐습니다. 뭔가 이 인물이 제가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원더》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기를 둘러싼 인물들—비아의 억눌린 외로움, 잭의 변화 과정, 그리고 영화 전체에 깔린 다시점(多視點) 서사 구조—이 사실은 이 영화의 진짜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비아의 외로움이 낯설게 느껴진 이유《원더》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비아가 왜 외로운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부모가 비아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동생 어기가 비아에게 나..
죽음을 소재로 한 영화가 오히려 삶을 더 살고 싶게 만든다면, 믿어지시겠습니까. 픽사의 《코코》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별 기대 없이 틀었습니다. 해골 캐릭터에 화려한 색깔, 멕시코 배경이라니 — 아이들용 판타지겠거니 싶었습니다. 그런데 엔딩이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는 동안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오래 연락 못 한 할머니한테 전화해야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코코》가 말하는 죽음과 기억, 그리고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제가 직접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죽음을 축제로 만드는 문화 — 《코코》의 세계관 팩트《코코》의 배경이 되는 '디아 데 무에르토스(Día de Muertos)', 즉 죽은 자의 날은 단순한 영화적 설정이 아닙니다. 여기서 Día de Muertos란 ..
누군가에게 '너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학창 시절 좋아하는 일을 이야기했다가 "그건 너랑 안 어울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별것 아닌 말처럼 들렸지만,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원더》와 《빌리 엘리어트》를 함께 보고 나니 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두 영화는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회의 편견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지켜내려는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외모와 성별, 편견의 형태만 달랐을 뿐《원더》의 주인공 어기는 선천적인 안면 기형 때문에 학교에서 편견과 차별을 경험합니다. 친구들은 어기를 만나기도 전에 외모만 보고 판단하고, 어기 역시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합니다. 영화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타인을..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정답을 아는 부모는 없습니다. 저도 그 질문 앞에서 오랫동안 멍하니 서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2016년 영화 《캡틴 판타스틱》은 그 질문을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꺼내 드는 작품입니다. 문명을 등지고 숲속에서 아이 여섯을 키우는 아버지 벤의 이야기인데, 비고 모텐슨이 이 역할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줄거리 — 숲에서 시작된 균열벤 캐시(비고 모텐슨)는 미국 북서부의 깊은 숲속에서 아내 레슬리, 그리고 여섯 명의 자녀들과 함께 자급자족하며 살아갑니다. 이 가족에게 마트도, 학교도, 스마트폰도 없습니다. 대신 매일 아침 암벽을 오르고, 저녁에는 플라톤과 촘스키를 읽습니다.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저도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저게 ..
솔직히 저는 《코코》를 보기 전까지, 멕시코의 '망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이 어떤 명절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죽은 자를 기리는 날인데 해골 분장을 하고 축제를 벌인다는 게 처음엔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그 낯섦이 부끄러움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억한다는 것이 곧 사랑이라는 걸, 이 애니메이션이 조용히 가르쳐줬으니까요.망자의 날이라는 배경, 처음엔 낯설었습니다영화를 보기 전, 저는 '죽음'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아이와 함께 보기엔 좀 무거운 주제가 아닐까 걱정도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보고 나니 그 걱정이 완전히 기우였다는 걸 알았습니다.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멕시코의 전통 명절 '망자의 날'입니다. 10월 31일부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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