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저는 꽤 오래 '실패한 사람'이라는 딱지를 스스로에게 붙이고 살았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일이 무너졌을 때, 그 결과보다 "역시 나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자기 검열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다시 꺼내 본 영화 몇 편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건드렸고, 그때부터 실패를 바라보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식에는 공통된 패턴이 있었고, 그 안에서 성공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좌절을 인정하는 것, 왜 그게 제일 어려운가실패를 이야기할 때 흔히 "빨리 극복하라"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극복 서사(resilience narrative), 즉 넘어져도 금방 털고 일어나는 이야기가 미덕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여기..
몇 년 전, 일이 한꺼번에 꼬이던 시기에 별 기대 없이 켰던 영화 한 편이 있었습니다. 줄거리는 이미 잊었는데, 딱 한 문장이 지금도 머릿속에 살아 있습니다.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영화는 두 시간짜리 오락이 아니라, 어떤 문장을 심어주는 경험이라는 걸. 힘든 순간 떠오르는 명대사가 있다면, 그 영화는 당신 삶에 이미 들어와 있는 겁니다.명대사가 오래 남는 이유 — 맥락이 먼저다저도 처음엔 그냥 "멋있는 말이네"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어김없이 그 대사가 떠오르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건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감정 기억(emotional memory)이 작동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여기서 감정 기억이란, 강한 감정 상태일 때 형성된 기억이 일반 정보보다 훨씬 오래, 선명하게 유..
죽음을 앞두고 나서야 비로소 하고 싶은 일을 적는다는 게, 사실 좀 이상한 일 아닌가요? 2007년 개봉한 영화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보면서 저도 그 질문을 처음 떠올렸습니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시한부 환자가 병실에서 만나 함께 세계를 누비는 이야기인데, 막상 보고 나면 웃고 울었던 것보다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지?"라는 물음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시한부 선고 앞에 선 두 남자, 당신이라면 무엇을 적겠습니까영화의 두 주인공은 공통점이라고는 찾기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카터 챔버스(모건 프리먼)는 평생 자동차 정비공으로 가족을 위해 조용히 살아온 인물이고,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은 병원까지 소유한 억만장자 사업가입니다. 그런데 이 둘이 같은 병실에서 시한부(te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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