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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 (해고 공포, 블랙코미디, 사회풍자)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밉지 않을 수 있을까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바로 그 불편한 감각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멍했는데, 이병헌이 연기한 만수가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그의 절박함이 이해돼버리는 그 이상한 감각 때문이었습니다.해고 한 방이 무너뜨린 25년영화의 시작은 아주 평범합니다. 만수는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이고, 가족도 있고, 집도 있습니다. 스스로 "다 이루었다"고 느끼며 사는 사람이죠. 그런데 회사는 그 25년을 한 문장으로 잘라냅니다. "미안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제가 이 장면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연출이 전혀 과장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눈물도 없고, 극적인 음악도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잘립니다. 그 담담함이 오히.. 2026. 5. 27.
파과 영화 리뷰 (느와르, 이혜영, 노화) 그냥 한국판 킬러 액션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포스터만 보면 차갑고 세련된 느와르 장르처럼 보이니까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는 한참 자리를 못 뜰 정도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 영화가 액션보다 훨씬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게 분명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60대 킬러, 그 배경이 만들어내는 감각일반적으로 킬러 영화라고 하면 완벽한 신체 능력과 화려한 전투 장면을 중심에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존 윅 시리즈나 빌런 같은 작품들이 그렇죠. 그런데 파과는 처음부터 그 반대를 선택합니다.주인공 조각은 40여 년간 암살 조직 신성방역에서 활동해온 전설적인 킬러입니다. 그러나 영화가 보여주는 건 전성기가 아니라, 이미 몸이 예전 같지 않은 60대의 현재입니다. 숨이 차고, 움직임이 느려지고, 조직 안에서도 슬.. 2026. 5. 27.
케이팝 데몬 헌터스 (세계관, 사운드트랙, 한국문화) 넷플릭스를 켜다가 썸네일 하나에 멈칫한 적 있으신가요? 저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제목부터가 너무 직설적이라, 오히려 이게 진지하게 만든 작품인지 의심부터 들었거든요. 그런데 96분을 다 보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2025년 6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 작품은 어반 판타지(urban fantasy)와 K-POP 뮤지컬을 결합한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의 신작으로, 공개 직후 넷플릭스 역대 조회수 1위를 기록했습니다.황당한 설정을 진지하게 밀어붙이는 세계관의 힘처음에 "아이돌이 악마를 잡는다"는 설정을 들었을 때, 솔직히 웃음이 먼저 나왔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점점 이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그 황당한 전제를 숨기거나 희석하지 않.. 2026. 5. 26.
검은 수녀들 (오컬트, 여성 서사, 구마 의식) 처음에 이 영화를 검은 사제들의 단순한 후속작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예상과 꽤 달랐습니다. 공포 영화를 기대했는데 심리 드라마를 본 느낌이 들었고, 그 간극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이 영화를 즐기는 핵심 포인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오컬트 장르인데 왜 무섭지 않을까검은 수녀들을 보고 나서 "생각보다 안 무섭다"는 반응을 주변에서 꽤 많이 들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노린 공포는 점프 스케어(화면이 갑자기 튀어나오며 관객을 놀래키는 연출 방식)가 아닙니다. 점프 스케어란 쉽게 말해 '갑자기 놀래키기'에 해당하는데, 검은 수녀들은 그 방식을 의도적으로 피합니다.대신 영화는 어두운 복도, 차가운 성당, 기도 소리, 침묵 같은 요소들을.. 2026. 5. 26.
주토피아 2 (세계관 확장, 버디무비, 사회 풍자) 속편이 전편을 넘은 적이 있었던가요? 저는 극장을 나오면서 그 질문을 다시 꺼냈습니다. 《주토피아 2》는 전편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주토피아라는 세계가 아직 할 말이 남아 있다는 걸 설득력 있게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세계관 확장: 도시가 커질수록 보이는 것들솔직히 처음 예고편을 봤을 때는 반신반의했습니다. 전편 《주토피아(Zootopia, 2016)》이 로튼 토마토 기준 신선도 98%를 기록하며 사회 비판 애니메이션의 새 기준을 세웠는데, 그 뒤를 잇는 후속작이라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저도 알고 있었거든요.직접 보고 나서 느낀 건, 이번 작품의 승부수가 "세계관 확장"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습지 지역, 새로운 문화권, 파충류 커뮤니티까지 등장하면서 주토피아가 단순한 배경 도시가 .. 2026. 5. 26.
죽은 시인의 사회 (카르페디엠, 교육철학, 청춘의 선택) 주변에서 인생 영화라고 수도 없이 추천받았는데, 막상 보고 나니 왜 진작 안 봤을까 싶었습니다. 단순한 학원물일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보고 나서 며칠 동안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나?"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1959년 미국 명문학교, 지금 우리 이야기와 얼마나 다를까영화의 배경은 1959년 버몬트 주의 사립 기숙학교 Welton Academy입니다. 학교는 전통, 명예, 규율, 탁월이라는 네 가지 교훈을 매년 입학식 때 암송시킬 만큼 철저히 보수적인 공간입니다. 여기서 보수적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오래된 분위기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학생 개인의 감정이나 욕구는 철저히 억압되고, 오직 명문대 진학이라는 단일한 목표만이 존재하는 구조를 가리킵니다.저는 이 배경을 보면서 .. 2026.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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