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에 실제로 벌어진 납치 사건을 이렇게 코미디로 만들어도 되나 싶었는데, 다 보고 나서는 오히려 이 방식이 아니면 이 이야기를 하기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는 요도호 사건, 즉 1970년 일본항공 351편 공중납치 사건을 바탕으로 한 블랙코미디입니다. 실화가 원래부터 이렇게 황당했다는 게 더 놀라웠습니다.

요도호 사건, 이걸 영화로 만든다고?
1970년 3월, 일본 적군파 대원 9명이 도쿄 하네다 공항을 출발한 여객기를 납치했습니다. 목표는 북한으로 날아가 혁명 기지를 세우겠다는 것이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제가 처음 이 사건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진짜야?'였습니다.
이 사건을 다루는 영화 굿뉴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한국 정부가 김포공항을 평양공항으로 위장해 납치범들을 속이는 작전입니다. 이걸 극적 허구로 지어낸 게 아니라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공기를 급조하고, 군인들을 조선인민군 복장으로 갈아입히고, 공항 간판을 바꿔치기하는 이 작전은 역사적으로도 기록된 사실입니다.
여기서 블랙코미디(black comedy)란 비극적이거나 어두운 소재를 풍자와 유머로 다루는 장르를 의미합니다. 굿뉴스가 이 장르를 택한 이유가 있습니다. 실제 사건 자체가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는 측면을 가지고 있어서, 그 어이없음을 진지하게 재현하는 것보다 오히려 웃기게 보여주는 편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영화를 보는 내내 "이게 실화라고?" 하며 실소가 터지는 순간이 꽤 있었습니다.
굿뉴스가 실화를 얼마나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지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납치에 사용된 무기가 실제로는 모조품이었다는 사실
- 후쿠오카 공항에서 일본 항공자위대가 활주로를 막는 이른바 길막 작전을 시도했다는 사실
- 실제 작전에 참여한 관제사 채희석 중위가 이후 아무런 공식 보상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
- 한국 정부가 사건 개입 사실을 공식적으로 부인해 왔다는 사실
이 모든 것이 픽션이 아닌 기록된 역사라는 점이, 영화를 보는 내내 단순한 오락 이상의 감각을 느끼게 했습니다.
스타일과 감정 사이, 변성현 감독의 선택
굿뉴스를 보면서 가장 강하게 느낀 건 연출의 밀도입니다. 모든 장면이 굉장히 의도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카메라 움직임과 인물 배치 하나하나에 감독의 계산이 느껴집니다. 변성현 감독 특유의 빠른 편집과 과장된 연기 연출이 이 영화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런데 저는 보면서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영화가 가끔 스타일이 감정보다 앞서는 순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장면이 멋있게 구성되었다는 건 느껴지는데, 정작 그 장면 안의 인물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는 조금 흐릿하게 처리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인상이 강해졌습니다.
여기서 피카레스크(picaresque)란 도덕적으로 모호한 주인공이 세상을 살아가며 각종 사건에 휘말리는 서사 구조를 가리킵니다. 변성현 감독의 전작들이 이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는데, 굿뉴스는 그보다 조금 다른 방향을 택합니다. 실제 역사적 사건이라는 틀이 있기 때문에 인물들의 행동이 완전히 자유롭지 않고, 그 안에서 각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류승범이 연기한 박상현 중앙정보부장은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인물입니다. 고위 관료인데 전혀 위엄이 없고, 충청도 사투리를 쓰며 볼펜을 세워두는 취미가 있고, 상황이 불리해지면 면피에만 급급합니다. 여기서 중앙정보부(KCIA, Korean Central Intelligence Agency)란 당시 대한민국의 국내외 정보 수집과 국가 안보를 담당하던 최고 권력 기관입니다. 영화는 이 기관의 수장을 무게감 있는 인물로 그리지 않고, 철저하게 우스꽝스럽고 인간적인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이게 유치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 설정 자체가 이 영화의 날카로운 지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설경구가 연기한 '아무개'는 영화 내내 정체가 불분명한 인물입니다. 저는 이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분위기가 묘하게 바뀐다는 걸 느꼈는데, 정확히 어느 편인지 알 수 없고 웃고 있는데도 전혀 안심이 되지 않는 그 감각이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만드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개가 뒤에서 여론을 조작하는 장면은 특히 인상 깊었는데, 언론을 통해 국민 정서를 뒤집는 방식이 1970년대 이야기인데도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실화가 허구보다 황당할 때, 이 영화가 말하는 것
굿뉴스가 단순한 킬링타임 영화가 아닌 이유는 이 영화가 납치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다루는 권력의 태도를 더 오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여객기 안 승객들이 느꼈을 공포보다, 회의실 안에서 체면과 이해관계를 계산하는 관료들의 얼굴이 더 길게 화면에 담깁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결국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만듭니다. "국가를 위해서"라는 말 아래에서 진실이 얼마나 쉽게 지워지는지를 블랙코미디 장르(black comedy genre)로 보여줍니다. 블랙코미디 장르란 단순히 어두운 소재를 웃기게 그리는 것을 넘어, 웃음을 통해 불편한 진실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굿뉴스는 그 방식을 꽤 정확하게 구사하고 있습니다.
사건에 참여했던 실제 관제사 채희석 중위는 이후 공식 기록에서 지워졌고, 협박까지 받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그리고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도 이 사건에 대한 공식 개입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출처: 국가기록원). 영화는 그 공백을 블랙코미디로 채웁니다. 공식 역사가 지운 것들을 웃음으로 복원하는 방식이라고 저는 느꼈습니다.
다만 저도 솔직히 영화가 후반부에서 조금 힘이 빠진다는 걸 부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전반부의 리듬감이 중반 이후부터 흐트러지고, 몇몇 유머 장면은 의도가 명확한데 효과는 예상보다 약했습니다. 특히 영부인이 등장하는 시퀀스는 길이에 비해 이야기 전체에서 하는 역할이 크지 않다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굿뉴스는 보고 나서 한동안 생각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실화가 이미 이렇게 황당하고 이렇게 불편했다는 것, 그리고 그 황당함이 웃음 뒤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라는 것. 변성현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날카로운 작품이라는 평에 저도 이견이 없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으니, 1970년대 한국이라는 배경이 낯설더라도 한 번은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