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비대면 진료가 이렇게 빠르게 정착될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막상 써보니, 진료는 해결했는데 약을 받으러 또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현실이 걸렸습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처방약을 취급하는 약국을 찾아주는 '약국 안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그 마지막 불편함 하나가 드디어 해소될 것 같습니다.
처방전을 받아도 끝이 아니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비대면 진료의 가장 큰 함정은 약을 받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앱으로 의사를 만나고, 전자처방전을 발급받는 것까지는 신세계였습니다. 전자처방전이란 종이가 아닌 디지털 형태로 발급되어 약국에 전송되는 처방전을 뜻합니다. 그런데 막상 약국에 가면 "이 약은 저희가 취급을 안 해서요"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운이 나빴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 세 번 반복되다 보니 그게 구조적인 문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특히 대학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은 경우, 거기서 처방하는 약이 동네 약국에 다 있는 게 아닙니다. 제가 경험한 경우도 대학병원 근처 약국을 세 군데나 들른 뒤에야 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소요된 시간이 거의 1시간이었는데, 그 사이에 이미 몸은 더 지쳐 있었습니다.
약국 안내 서비스가 해결하는 것들
2025년 5월 6일부터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이 새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란 국내 의료비 심사와 의약 정보를 관리하는 공공기관으로, 전국 약국의 의약품 조제 이력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기관이 약국별 의약품 구매·조제 이력 정보를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플랫폼이 제 위치 정보와 처방 내역을 받아서 "이 약이 있는 약국이 여기서 300m 거리에 있습니다"라고 알려주는 구조입니다. 환자 입장에서 별도로 해야 할 일은 없고, 비대면 진료 앱 안에서 자연스럽게 조제 가능 약국 안내 기능이 작동하게 됩니다.
이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해결해 주는 문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처방약을 취급하지 않는 약국을 헛걸음하는 상황 해소
- 대학병원 처방전을 집 근처 약국에서도 조제할 수 있는 경로 확인
- 약국에 전화해서 재고를 확인하는 번거로움 제거
- 비대면 진료 후 약 수령까지의 전 과정을 앱 안에서 완결
제 경험상 이 네 가지 중 하나라도 개선된다면 비대면 진료의 활용도는 확실히 달라집니다. 실제로 비대면 진료 이용자 수는 코로나 이후에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으며, 만성질환 환자와 직장인 중심으로 수요가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환절기 병원 예약이 티켓팅인 이유
이 서비스가 반갑게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요즘 환절기 병원 예약 시스템이 사실상 콘서트 티켓팅 수준입니다. 사전 예약 앱이 오전 특정 시간에 오픈하면, 문자 그대로 1분 안에 마감됩니다. 저도 몇 번 놓쳐봤는데, 알람까지 맞춰놓고도 늦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설령 예약을 성공해도 대기 시간이 기본 1시간 이상입니다. 직장인이 점심시간을 활용하거나 반차를 써야 하는 상황인데, 약 타러 가는 것까지 추가로 시간이 걸리면 하루가 통째로 날아가는 느낌입니다. 비대면 진료의 핵심 가치는 외래 진료(outpatient care)의 번거로움을 줄이는 데 있습니다. 외래 진료란 입원하지 않고 병원을 방문해 진찰·처치를 받는 모든 의료 행위를 뜻합니다. 이 과정 전체를 디지털로 연결하는 것이 이 서비스의 방향이고, 저는 그 취지에 공감합니다.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혼자 사는 경우 아플 때 병원 방문 자체가 더 어렵습니다(출처: 통계청). 비대면 진료와 약국 안내 서비스는 이런 현실적인 필요에 맞닿아 있습니다.
아직 남은 과제도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서비스 내용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이제 완벽하다"고 느꼈는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약국마다 조제 가능 여부가 실시간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걸렸습니다. 재고가 있다고 나왔는데 막상 가보면 방금 소진된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DUR(의약품 적정 사용 검토) 시스템과의 연동도 중요합니다. 여기서 DUR이란 처방된 약이 환자가 복용 중인 다른 약과 병용했을 때 문제가 없는지 자동으로 점검해 주는 안전장치입니다. 비대면 진료가 늘어날수록 대면 없이 복용 지도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에, 이 시스템이 플랫폼 안에서도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의약품 조제 이력 정보를 민간 플랫폼에 제공하는 구조인 만큼, 개인정보 처리 방침과 데이터 보안 기준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도 관심 있게 지켜볼 부분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서비스는 초기 설계보다 실제 운영 과정에서 빈틈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 서비스가 실질적인 편의로 이어지려면 결국 약국 데이터의 실시간 정확도와 플랫폼별 구현 방식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일단 써보면서 판단하려고 합니다. 비대면 진료 앱을 쓰고 있다면 다음번 진료 때 약국 안내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기능이 붙어 있어도 실제로 눌러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또는 약학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