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 박스오피스 9억 6천만 달러를 넘긴 영화가 로튼 토마토 평론가 지수 42%를 받았다면,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저도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그랬습니다. 극장을 나오면서 분명 즐겁긴 했는데, 집에 돌아와 찬찬히 떠올려보니 손에 잡히는 게 없었거든요. 슈퍼 마리오 갤럭시 영화, 재밌었냐고요? 네,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였습니다.
팬서비스 영화로서의 완성도
솔직히 말씀드리면, 극장 안에서 저는 꽤 많이 웃고 놀랐습니다. 어릴 때 Wii 컨트롤러를 돌려가며 했던 슈퍼 마리오 갤럭시의 음악이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흘러나오는 순간, 그 반응은 거의 반사적이었습니다. 팬서비스(fan service)란 원작을 아는 관객에게 제공하는 오마주, 이스터에그, 레퍼런스의 총합을 말합니다. 이 영화의 팬서비스 밀도는 전작보다 훨씬 방대해졌고, 등장하는 캐릭터와 오브젝트 하나하나에 게임 원작의 효과음이 고증대로 삽입되어 있었습니다.
스타폭스 시리즈의 폭스 맥클라우드 등장은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는데, 영화관 안에서 그 장면이 나왔을 때 실제로 웅성거림이 들렸습니다. 피크민의 등장도 있었고, 각 스테이지처럼 구성된 맵 이동 방식도 게임을 오래 해온 분들이라면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구성이었습니다. 이런 이스터에그(Easter egg), 즉 제작진이 원작 팬을 위해 숨겨둔 장치들을 찾는 재미가 98분 내내 이어졌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 영화가 닌텐도 게임을 10년 이상 해온 사람에게는 일종의 보상 같은 경험이라는 겁니다.
다만 이 지점이 동시에 문제이기도 합니다. 팬서비스가 지나치게 촘촘하다 보니 정작 이야기 자체를 따라가기가 어려워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화면에 새로운 레퍼런스가 등장할 때마다 감정 몰입보다 "저거 어느 게임이었더라" 하는 인식이 먼저 작동하는 식이었습니다.
스토리의 구조적 문제
영화 평론에서 자주 쓰이는 개념 중 내러티브 아크(narrative arc)가 있습니다. 이는 이야기가 갈등의 발단에서 시작해 긴장이 고조되고 해소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구조를 말합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이 내러티브 아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쿠파 부자 간의 관계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쿠파가 갱생을 암시하는 장면들이 중반에 꽤 등장합니다. 마리오 일행을 위해 광산 노예를 자처하거나, 아윙이 추락할 때 씁쓸해하는 장면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 감정선은 쿠파주니어의 말 한마디에 아무 저항 없이 되돌아갑니다. 쌓아온 것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앞의 장면들이 전부 의미 없게 느껴졌습니다.
로젤리나와 피치 공주의 서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둘이 직접 만나기도 전에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으로 관계가 정리되는데, 이건 제가 봐도 너무 편의주의적인 전개였습니다. 원작 슈퍼 마리오 갤럭시에서 로젤리나는 천 살이 넘는 수수께끼 많은 초자연적 존재로, 그 미스터리한 배경이 캐릭터의 핵심 매력이었습니다. 영화는 그 설정 대부분을 간단히 정리해버렸고, 남은 건 원작에도 없던 오리지널 설정이었습니다. 원작 팬이라면 당연히 어색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로젤리나 비중 논란과 폭스 맥클라우드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불만이 하나 있다면 로젤리나의 비중 문제입니다. 제목이 슈퍼 마리오 갤럭시인 만큼 원작에서 핵심 인물이었던 로젤리나의 활약을 기대한 관객이 많았을 텐데, 실제로는 초반에 잠깐 등장한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감금된 채로 보냅니다. 캐릭터 드라마(character drama), 즉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서 내면적 변화나 주체적 선택을 보여주는 장면이 로젤리나에게는 거의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 공백을 폭스 맥클라우드가 채운다는 점입니다. 폭스가 원래 로젤리나가 맡았어야 할 서사적 역할을 상당 부분 대신합니다. 물론 폭스 등장 자체는 닌텐도 팬들에게 상당한 화제가 됐고 저도 그 장면이 나왔을 때 반갑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슈퍼 마리오를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마리오 시리즈와 관련 없는 캐릭터가 본편의 핵심 역할을 가져가는 건, 팬서비스의 선의와는 별개로 영화로서의 구성 문제입니다.
개봉 이후 스타폭스 시리즈 신작이 깜짝 발표되면서, 폭스 등장이 사전 홍보 목적이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 부분은 저도 단정할 수는 없지만, 타이밍이 절묘한 건 사실입니다.
이 영화에서 아쉬움을 느낀 지점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로젤리나가 제목과 달리 납치된 공주 역할에 머문다
- 쿠파 부자의 감정선이 후반부에서 급격히 무너진다
- 갤럭시 원작의 핵심 액션인 스핀이 단 두 번만 등장한다
- 마무, 티라노사우루스, R.O.B. 등 등장은 했으나 허무하게 퇴장하는 캐릭터가 많다
관객 점수와 평론가 점수의 괴리
로튼 토마토에서 평론가 지수 42%에 관객 점수 88%라는 숫자가 공존하는 현상을 크리틱-오디언스 갭(critic-audience gap)이라고 부릅니다. 이 용어는 동일한 작품에 대한 전문 평론가와 일반 관객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릴 때 사용하는 개념으로, 슈퍼 마리오 갤럭시는 전작보다 이 괴리가 더 크게 벌어졌습니다. 전작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영화도 평론가와 관객 평이 갈렸지만, 이번 작은 그보다 더 극단적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 평론가 비판의 핵심이 '게임 원작 영화라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평론가들이 지적한 건 서사 구조와 캐릭터 드라마의 부재였습니다. 게임을 모르는 관객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영화적 완성도의 문제였다는 거죠. 실제로 닌텐도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관객들도 후반부 급전개와 캐릭터 서사 부족을 언급하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미야모토 시게루의 인터뷰 발언이 논란이 됐습니다. 그는 평론가들의 혹평에 대해, 게임 업계에서 영화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정작 영화계가 소극적이라는 취지로 발언했습니다. 영화 전문 매체 GameSpot은 번역상의 뉘앙스 차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전문 평론가의 역할은 특정 산업을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를 독립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출처: GameSpot). Nintendo Life 역시 해당 발언이 미야모토답지 않게 방어적으로 들린다고 평했습니다(출처: Nintendo Life).
제가 보기에 이 논란에서 더 중요한 지점은 닌텐도 자신이 게임 산업에서 쌓아온 철학과 충돌한다는 부분입니다. 닌텐도는 아타리 쇼크 이후 무분별한 저품질 소프트웨어 유통을 막기 위해 엄격한 품질 기준을 적용하며 시장 신뢰를 회복한 기업입니다. 그런 기업의 대표 창작자가 자신의 영화에 대한 엄격한 비평을 소극적인 태도로 읽는다면, 그건 앞뒤가 잘 맞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슈퍼 마리오 갤럭시 영화는 팝콘 무비(popcorn movie), 즉 깊은 서사보다 시각적 즐거움과 오락성을 우선하는 영화로서는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극장에서 닌텐도 게임의 우주 배경을 풀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경험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였습니다. 다만 슈퍼 마리오 갤럭시 게임의 깊은 감성을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이 클 수 있습니다. 닌텐도 슈퍼 마리오 전반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극장에서 볼 이유가 충분하고, 원작 갤럭시의 스토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이라면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가시는 편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