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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영화 (뮤지컬 판타지, 프리퀄 서사, 악당 서사)

by moneybugi 2026. 5. 29.

"착한 마녀가 진짜 착한 사람이었을까요?" 이 질문 하나로 위키드(2024)는 시작됩니다. 저는 개봉 전까지 이 영화를 그냥 화려한 뮤지컬 판타지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스크린 앞에 앉고 나서야 이게 단순한 볼거리 영화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선과 악의 경계를 다시 그리는 프리퀄 서사,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두 여성의 우정이 이 영화의 진짜 중심입니다.

뮤지컬 판타지로서의 완성도

위키드는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2막으로 구성된 원작 뮤지컬의 1막 부분만을 담았고, 러닝타임이 160분에 달합니다. 제작비만 1억 4,500만 달러가 투입되었고, 월드 박스오피스 기준으로 약 7억 5,500만 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 수익을 올린 뮤지컬 영화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프리퀄(prequel)'이란 기존 작품보다 시간적으로 앞선 이야기를 다루는 서사 구조를 의미합니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이미 '사악한 서쪽 마녀'로 규정된 엘파바가 어떻게 그렇게 불리게 되었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며 보여줍니다. 저는 이 구조 자체가 굉장히 영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결말을 알면서도, 그 결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가게 되는 경험은 꽤 묘한 감정을 남겼습니다.

음악은 스티븐 슈워츠가 작곡하고 존 파월이 오리지널 스코어를 맡았는데, 뮤지컬 1막에 해당하는 11곡이 한 편도 빠짐없이 모두 수록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원작 팬들 사이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같은 유니버설 픽처스 제작 뮤지컬 영화인 디어 에반 핸슨이 상영 시간 문제로 여러 곡을 삭제했던 것과 비교하면, 존 추 감독이 얼마나 원작에 충실하려 했는지가 느껴집니다.

시각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공을 들인 작품입니다. IMAX, 4DX, MX4D, SCREENX, Dolby Cinema 등 거의 모든 포맷으로 상영되었고, 뮤지컬 원작 영화 최초로 4DX 포맷을 지원했습니다. 에메랄드 시티 장면의 경우 단순히 초록색 안경을 쓴 설정이 아니라 실제로 초록빛 도시로 구현되어 있어, 화면 자체로도 꽤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뮤지컬 넘버의 핵심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원작 뮤지컬 1막 전곡(11곡) 전부 수록
  •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라이브 퍼포먼스 중심
  • 브로드웨이 초연 배우 이디나 멘젤, 크리스틴 체노웨스 카메오 출연
  • 각본가 위니 홀즈먼, 작곡가 스티븐 슈워츠도 카메오로 등장

이 영화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과 미술상을 수상했고, 작품상을 포함한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영화 산업의 흥행과 비평 성과를 집계하는 박스오피스 모조(Box Office Mojo) 기준으로, 2024년 개봉 영화 전 세계 흥행 상위권에 올라 있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

악당 서사가 만들어지는 방식, 그리고 구조적 아쉬움

개인적으로 위키드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은 '악당 서사(villain origin story)'였습니다. 악당 서사란 우리가 이미 악인으로 알고 있는 캐릭터가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를 역추적하는 이야기 방식입니다. 이 구조는 단순한 선악 대결에서 벗어나, 사회 구조와 인식이 어떻게 한 사람을 악당으로 만드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훨씬 복잡한 감정을 남깁니다.

엘파바는 초록 피부라는 이유만으로 태어날 때부터 편견 속에 놓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단순히 차별받는 피해자로만 그려지지 않습니다. 강한 마법 능력을 가지고 있고, 오즈 사회의 부당함에 맞서려는 의지도 있습니다. 그러다 점점 체제로부터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히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이 굉장히 씁쓸하게 다가왔습니다.

글린다 역시 단순한 조연이 아닙니다. 그녀는 인기와 인정을 중시하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엘파바와의 관계 속에서 흔들리기도 합니다. 다만 저는 영화를 보면서 글린다의 내면이 충분히 깊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엘파바의 서사에 비해 글린다는 대비와 대조의 기능에 머무는 장면이 꽤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두 사람의 관계가 균형 잡힌 서사라기보다 엘파바 중심으로 기울어진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영화의 구조적 특징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뮤지컬 영화는 '미장센(mise-en-scène)'이라는 연출 개념과 긴밀히 연결됩니다.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되는 배우, 조명, 세트, 의상 등 모든 시각 요소를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위키드는 이 미장센이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어, 장면 하나하나가 시각적으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그 화려함이 때로는 감정 서사의 축적을 방해하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뮤지컬 형식 특유의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는 구조'는 이 영화의 강점이자 약점입니다. 감정이 깊어지는 순간 노래로 전환되는 방식은 감정을 폭발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장면과 장면 사이의 감정적 연속성을 끊는 느낌도 줍니다. 어떤 분들은 이 전환 방식이 뮤지컬의 묘미라고 보시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충분히 쌓이기 전에 넘어가는 순간들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한국 개봉 기준으로 약 228만 명의 누적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는, 뮤지컬 팬들은 물론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에게도 꽤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한국 더빙판에 박혜나, 정선아, 남경주 등 실제 위키드 뮤지컬 출연 배우들이 참여하면서 더빙판만의 팬층이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한국 뮤지컬 산업의 시장 규모와 팬덤 문화에 대한 통계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매년 발표하는 공연예술 실태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예술경영지원센터).

속편인 위키드: 포 굿은 2025년 11월 19일 개봉 예정으로, 뮤지컬 2막의 내용을 다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위키드는 화려한 뮤지컬 판타지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어떤 사람을 악당이라고 부르게 되는가"를 끊임없이 묻는 영화입니다. 저는 보고 나서 한동안 이 질문이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감정의 체류 시간이 조금 더 길었다면 훨씬 더 깊은 여운을 남겼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익숙한 이야기를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뒤집는 시도만큼은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속편을 보기 전에, 한 번쯤은 다시 봐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 https://namu.wiki/w/%EC%9C%84%ED%82%A4%EB%93%9C(%EC%98%81%ED%9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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