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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저스 (감각적 긴장감, 삼각관계, 욕망)

by moneybugi 2026. 5. 27.

영화관에서 나오면서 뭔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분명 테니스 영화를 봤는데, 머릿속에 남은 건 공이 아니라 세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던 눈빛이었습니다. 《챌린저스》는 스포츠 영화처럼 시작하지만, 실제로는 사랑과 경쟁이 얼마나 닮은 감정인지를 육체적으로,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관계 드라마입니다.

감각적 긴장감 — 테니스 코트가 감정 전쟁터가 되는 방법

처음 예고편을 봤을 때, 솔직히 이건 그냥 젠데이아 얼굴 보는 영화 아닌가 싶었습니다. 막상 직접 보고 나니 완전히 달랐습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테니스 경기를 스포츠로 찍지 않습니다. 랠리(rally), 그러니까 두 선수가 번갈아 공을 주고받는 장면을 마치 두 사람이 서로 감정을 던지고 받는 것처럼 연출합니다. 공이 오갈 때마다 카메라는 공이 아니라 선수의 얼굴, 땀, 시선을 잡습니다. 경기를 보는 게 아니라 심리전을 목격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힘을 보태는 것이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의 오리지널 스코어(original score)입니다. 오리지널 스코어란 영화를 위해 새로 작곡된 배경음악 전체를 뜻하는데, 두 사람은 베를린 테크노(Berlin Techno) 스타일로 이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베를린 테크노란 1990년대 독일 베를린을 중심으로 발전한 강렬하고 반복적인 전자음악 장르입니다. 이 음악이 경기 장면에 깔리면, 코트는 스포츠 경기장이 아니라 나이트클럽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처음 그 장면을 봤을 때 몸이 자기도 모르게 앞으로 쏠렸습니다. 음악이 긴장감을 물리적으로 끌어올리는 경험이었습니다.

이 오리지널 스코어는 제8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수상했고, 제67회 그래미 어워드 스코어 사운드트랙 부문에도 후보에 올랐습니다(출처: 골든 글로브 공식 사이트). 음악이 영화 전체 에너지를 사실상 책임진다는 평가가 과장이 아닌 이유입니다.

미장센(mise-en-scène)이라는 개념도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습니다.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적 요소, 조명·배우 위치·소품·색감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챌린저스》는 대사 없는 장면에서도 세 사람의 권력 관계가 미장센으로 드러납니다. 타시가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 아트와 패트릭 중 누가 그녀를 향해 몸을 기울이는지, 카메라가 누구의 시점에서 장면을 찍는지가 전부 감정 서술입니다.

《챌린저스》가 보여주는 감각적 긴장감의 핵심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랠리 장면을 심리전으로 연출하는 카메라 워크
  • 베를린 테크노 스타일 오리지널 스코어가 만드는 물리적 긴장감
  • 대사 없이 미장센으로 권력 관계를 표현하는 방식
  • 비선형 편집(non-linear editing)으로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는 구조

비선형 편집이란 시간 순서를 따르지 않고 장면을 배치하는 편집 방식입니다. 《챌린저스》는 현재 경기와 과거 기억을 끊임없이 교차시켜, 관객이 세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조각 맞추듯 파악하게 합니다. 제 경험상 이 편집 방식이 처음엔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퍼즐이 맞춰지는 쾌감이 있었습니다.

삼각관계와 욕망 — 사랑인가, 이기고 싶은 것인가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부분은 타시라는 인물이었습니다.

타시 덩컨은 US 오픈 주니어 대회 우승자 출신으로, 무릎 부상 이후 선수 생활을 접고 남편 아트의 코치가 된 인물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타시는 단순히 두 남자 사이에 끼인 인물이 아닙니다. 그녀는 관계 전체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조율하는 존재입니다. 아트가 슬럼프에 빠지자 챌린저급 대회에 직접 출전시키는 것도, 거기에 옛 남자친구 패트릭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 결정을 밀고 나가는 것도 타시입니다.

챌린저급 대회(Challenger-level tournament)란 ATP 투어의 정규 대회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테니스 대회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아니라 그 바로 아래 등급의 선수들이 경쟁하는 무대입니다. 아트는 세계 대회 레벨의 선수인데 이런 곳에 출전한다는 것, 거기서 몰락한 패트릭과 맞붙는다는 것이 세 사람 모두에게 상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폴리아모리(polyamory)라는 개념을 몇몇 평론가들이 이 영화와 연결해서 이야기했는데, 폴리아모리란 복수의 사람과 동시에 감정적·낭만적 관계를 맺는 것을 뜻합니다. 저는 이 영화가 폴리아모리를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것보다, 그 관계 안에서 각자가 얼마나 솔직하지 못한지를 보여주는 데 더 집중한다고 느꼈습니다. 세 사람 모두 자기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끝까지 명확하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게 이 영화가 불편하면서도 손에서 못 놓이는 이유입니다. 아트는 승리를 원하는 건지 타시의 사랑을 원하는 건지 모호하고, 패트릭은 경쟁에서 이기고 싶은 건지 타시를 되찾고 싶은 건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타시 역시 자신이 아트를 진심으로 코칭하는 건지, 아니면 자신이 못 이룬 선수로서의 욕망을 아트를 통해 대리 충족하려는 건지 끝내 애매하게 남습니다.

국내 개봉 당시 《챌린저스》의 총 관객 수는 약 10만 명이었으며, 북미에서는 개봉 첫 주 1,501만 달러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상업적으로도 충분히 성공한 영화지만, 저는 이 영화가 그보다 훨씬 오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솔직히 말하면, 영화가 이 모호함과 감각적 연출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인물이 가끔 현실 사람이 아니라 욕망을 상징하는 아이콘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감정에 완전히 빠져들기보다 관찰하게 되는 거리감이 생기는 장면들이었습니다. 그게 의도된 연출인지, 아니면 스타일을 너무 의식한 결과인지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챌린저스》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요약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을 원하는 건지 그 사람을 이기고 싶은 건지 — 어쩌면 그 두 감정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테니스를 좋아하든 아니든, 관계 안에서 뭔가 복잡한 감정을 겪어본 적이 있다면 이 영화가 분명 무언가를 건드릴 겁니다. 재개봉(2025년 9월)을 앞두고 한 번 더 볼 생각인데, 두 번째에는 또 다른 게 보일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namu.wiki/w/%EC%B1%8C%EB%A6%B0%EC%A0%80%EC%8A%A4(%EC%98%81%ED%9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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