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크루즈선에서 집단감염이 터졌습니다. 2026년 5월, 대서양을 항해하던 네덜란드 국적 유람선에서 한타바이러스로 3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저도 처음에는 "설마 그 한타바이러스가?"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사람 간 전파가 거의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크루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대서양을 항해하던 'MV 혼디우스'에서 최소 8건의 감염·의심 사례가 보고됐고, 이 중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망자는 70세와 69세의 네덜란드인 부부와 독일 국적 여성 한 명입니다. 네덜란드인 부부는 아르헨티나에서 크루즈에 탑승했다고 확인됐습니다.
이번 사건을 더 긴장하게 만든 건 바이러스의 종류였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이번 감염이 '안데스 변종(Andes hantavirus)'이라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안데스 변종이란 현재까지 알려진 한타바이러스 계열 중 유일하게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된 변종입니다. 일반적으로 한타바이러스는 설치류에서 사람으로만 전파되는데, 이 변종만큼은 사람에서 사람으로도 옮긴다는 게 기존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라는 말이 과한 상황이지만, 저는 몇 년 전 야외 창고 정리를 하다가 한타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보건소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담당 간호사분이 "쥐 배설물이 있는 곳을 마른 빗자루로 쓸면 절대 안 됩니다"라고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때는 막연하게 들렸는데, 이번 뉴스를 보면서 그 경고가 얼마나 진지한 것이었는지 새삼 느꼈습니다.
현재 해당 크루즈선은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 항구를 향하고 있지만, 카나리아 제도 지방정부가 입항을 거부하고 있어 상황이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현재로선 전반적인 공중 보건 위험이 낮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출처: WHO).
한타바이러스와 코로나19, 뭐가 다른가
이번 사건이 보도되면서 "제2의 코로나 아니냐"는 말이 돌았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두 바이러스는 전파 방식부터 완전히 다른데, 증상이 비슷하다 보니 공포가 먼저 붙는 것 같았습니다.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HPS, Hantavirus Pulmonary Syndrome)이란 한타바이러스가 폐에 침투해 급성 호흡부전을 일으키는 증후군을 말합니다. 발열, 근육통, 피로감 같은 초기 증상은 독감과 거의 구분이 안 됩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빠르게 폐부종(폐에 물이 차는 상태)으로 이어지고, 급성 저혈압이나 급성 신부전까지 동반되면 상태가 매우 빠르게 나빠집니다.
반면 코로나19의 원인 바이러스인 SARS-CoV-2는 비말과 공기를 통해 사람 간 전파가 핵심입니다. 여기서 비말이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튀어나오는 작은 침방울을 의미하며, 이것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 다른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한타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설치류 배설물·소변·타액에 오염된 먼지를 흡입하면서 감염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코로나 때는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면 일단 방어가 됐지만, 한타바이러스는 아무도 없는 시골 폐가 청소 한 번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공간의 문제이지, 사람 수의 문제가 아닌 거죠.
잠복기도 차이가 큽니다. 코로나19의 잠복기가 보통 2-8주로 훨씬 깁니다. 잠복기란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말합니다. 잠복기가 길다는 건 감염 경로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신증후군출혈열(HFRS, Hemorrhagic Fever with Renal Syndrome) 형태가 알려져 있습니다. HFRS란 한타바이러스가 신장을 집중적으로 침범해 출혈과 신부전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주로 들쥐 배설물이 많은 농촌이나 군부대 인근에서 감염 사례가 보고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백신이나 치료제가 현재로선 제한적이라는 게 한타바이러스가 무서운 진짜 이유입니다. 코로나19는 팬데믹을 거치며 mRNA 백신을 포함한 다양한 예방·치료 수단이 빠르게 개발됐지만, 한타바이러스는 그런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예방이 사실상 유일한 방어선입니다.
제가 보건소에서 안내받았던 내용과 지금까지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오랫동안 닫혀 있던 창고나 폐가를 청소하기 전에는 반드시 먼저 충분히 환기합니다.
- 쥐 배설물은 마른 빗자루로 쓸지 않습니다. 반드시 물과 소독제를 먼저 뿌려 먼지가 날리지 않게 한 뒤 처리합니다.
- 청소 시에는 마스크와 장갑 등 보호장비를 착용합니다.
- 야외 활동 후에는 손을 꼼꼼하게 씻습니다.
- 농촌이나 군부대 근무자는 예방접종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번 크루즈선 사건의 핵심 변수는 앞으로 유럽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오는지, 그리고 하선 과정에서 안데스 변종의 사람 간 전파가 실제로 얼마나 이루어졌는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질병관리청은 해당 선박에 국내 탑승객은 없으며 국내 유입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지만, 상황을 계속 주시할 필요는 있습니다.
결국 이번 사건이 남긴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한타바이러스는 전파력이 코로나보다 훨씬 낮지만, 일단 중증으로 진행되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집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항상 예방을 무시한 작은 순간이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감염이 의심될 경우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