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멈추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화면 속 인물이 내린 선택이 어딘가 낯설지 않아서, 한참을 그 장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런 순간이요. 저도 그랬습니다. 《인사이드 아웃 2》를 보던 날, 라일리가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 아이가 저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날 이후로 영화를 조금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줄거리가 아니라 인물의 마음을 따라가면서요.불안,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었습니다《인사이드 아웃 2》에서 새로 등장하는 감정인 '불안(Anxiety)'은 처음에 꽤 얄밉게 그려집니다. 라일리의 머릿속을 장악하고, 기쁨이나 슬픔이 쌓아온 기억의 방을 통째로 뒤엎어버리니까요. 저도 처음엔 그 감정이 그냥 빌런이라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영화가 후반부로 흐를수록 분위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 수상작이면서 관객 평점은 로튼 토마토 기준 94%에 달합니다. 처음 이 수치를 보고 반신반의했는데, 직접 보고 나서는 그 점수가 전혀 과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한 영화가 어떻게 이렇게 높은 관객 만족도를 가져갈 수 있는지, 숫자만 봐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됩니다. 그래서 좀 더 파고들어 봤습니다.홀로코스트를 10살짜리 눈으로 보면 생기는 일《조조 래빗》이 택한 가장 도발적인 장치는 서술 시점입니다. 홀로코스트(Holocaust), 즉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조직적으로 학살한 역사적 비극을 열 살짜리 소년의 눈으로 풀어냈습니다. 여기서 서술 시점이란 단순히 카메라 앵글이 아니라, 세상을 어떤 인식의 틀로 바라보느냐의 문제입니다. 조조는 나치즘을 선과 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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