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 달러짜리 저예산 영화가 전 세계에서 750억 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저는 이 숫자를 보고 나서야 이 영화가 단순한 하이틴 코미디가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이지 A》는 사소한 거짓말 하나가 학교 전체에서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인데, 보다 보면 웃기면서도 어딘가 불편한 장면들이 계속 걸립니다.소문이 이미지가 되는 순간, 무엇이 달라지는가주인공 올리브는 처음에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주말에 혼자 있었던 걸 숨기려고 친구에게 거짓말을 했을 뿐인데, 그 말 한마디가 학교 전체에 퍼지면서 올리브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소비되기 시작합니다.여기서 이 영화가 쓰는 장치가 흥미롭습니다. 올리브는 억울하게 낙인찍힌 이후, 스스로 그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이용하기로 합니다. 가슴에 빨간 천을 잘라..
처음 《Wild Child》를 틀었을 때는 가볍게 시간이나 때우자 싶었는데,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단순한 문제아 코미디인 줄 알았던 영화가, 사실은 외로움을 숨기는 법밖에 몰랐던 사람이 처음으로 관계를 배우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처음에는 그냥 '말썽꾸러기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혹시 하이틴 영화라고 하면 바로 선입견이 생기는 편이신가요? 저는 그런 편이었습니다. 어차피 반항적인 주인공이 나오고, 좀 사고 치다가, 결국 착하게 변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구조. 이미 수십 번 본 것 같은 틀이라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제가 직접 봐보니, 《Wild Child》는 그 틀 안에서 생각보다 훨씬 정직하게 감정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주인공 포피는 겉으로는 자신감이 넘치고 충동적으로 보이지만..
1200만 달러짜리 저예산 하이틴 영화가 개봉 첫 주에만 1061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저는 이 숫자를 보고 나서야 클루리스를 다시 꺼내 봤는데, 단순한 패션 영화가 아니라는 걸 그때 처음 제대로 느꼈습니다.1200만 달러로 만든 영화가 왜 지금도 회자될까클루리스(Clueless)는 1995년 에이미 해커링 감독이 만든 하이틴 코미디입니다. 배경은 베벌리힐스의 고등학교, 주인공은 돈 많고 인기 많은 셰어 호로위츠입니다. 언뜻 보면 완전히 표면적인 이야기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영화를 보다 보면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이 영화의 출발점은 원작 각색입니다. 원작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엠마(Emma)입니다. 여기서 각색(Adaptation)이란 원작의 플롯과 인물 구도, 주제 의식을 다른 시대와 배경으로 옮겨..
핑크색 포스터에 금발 미녀 주인공, 제목까지 가볍게 느껴지는 이 영화가 이렇게 오래 회자될 줄은 몰랐습니다. 직접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편견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이야기라는 것을. 저는 열심히 살고 싶을때 동기부여를 받고 싶을때마다 금발이 너무해를 꺼내보곤합니다.제목 속에 숨어 있는 메시지영화 제목 Legally Blonde는 사실 Legally Blind를 패러디한 표현입니다. Legally Blind란 시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 법적으로 시각장애인에 준하는 처우를 받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즉 원래 제목은 "법적으로는 볼 수 있지만 사실상 못 보는 상태"를 비틀어, 금발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적 능력까지 싸잡아 평가받는 사회적 편견을 제목 한 줄로 표현한 셈..
공주가 되면 자신감이 생길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프린세스 다이어리》는 공주가 되어서 달라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공주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비로소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변신 장면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솔직히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기억에 남는 건 makeover 장면이었습니다. 헝클어진 머리가 정돈되고, 안경이 사라지고, 어색하던 자세가 반듯해지는 그 장면 말입니다. 제가 처음 봤을 때는 그게 영화의 핵심인 줄 알았습니다.그런데 다시 보니 그 장면은 하나의 통과의례에 불과했습니다. 영화 용어로 하면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캐릭터 아크란 주인공이 이야기를 거치며..
솔직히 처음엔 큰 기대 없이 틀었습니다. 흑백 영화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70년이 넘은 작품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유명하니까 한 번쯤 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짧은 자유의 기억을 필름 안에 봉인해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흑백 필름 안에 담긴 자유의 감각제가 직접 보기 전까지는 흑백 영화 특유의 거리감이 몰입을 방해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화면을 보니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흑백의 대비가 로마 거리의 질감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여기서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1953년은 이미 테크니컬러(Technicolor)가 할리우드 시장에 완전히 자리 잡은 시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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