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나오면서 뭔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분명 테니스 영화를 봤는데, 머릿속에 남은 건 공이 아니라 세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던 눈빛이었습니다. 《챌린저스》는 스포츠 영화처럼 시작하지만, 실제로는 사랑과 경쟁이 얼마나 닮은 감정인지를 육체적으로,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관계 드라마입니다.감각적 긴장감 — 테니스 코트가 감정 전쟁터가 되는 방법처음 예고편을 봤을 때, 솔직히 이건 그냥 젠데이아 얼굴 보는 영화 아닌가 싶었습니다. 막상 직접 보고 나니 완전히 달랐습니다.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테니스 경기를 스포츠로 찍지 않습니다. 랠리(rally), 그러니까 두 선수가 번갈아 공을 주고받는 장면을 마치 두 사람이 서로 감정을 던지고 받는 것처럼 연출합니다. 공이 오갈 때마다 카메라는 공이 아니라 선수의 얼굴..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밉지 않을 수 있을까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바로 그 불편한 감각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멍했는데, 이병헌이 연기한 만수가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그의 절박함이 이해돼버리는 그 이상한 감각 때문이었습니다.해고 한 방이 무너뜨린 25년영화의 시작은 아주 평범합니다. 만수는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이고, 가족도 있고, 집도 있습니다. 스스로 "다 이루었다"고 느끼며 사는 사람이죠. 그런데 회사는 그 25년을 한 문장으로 잘라냅니다. "미안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제가 이 장면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연출이 전혀 과장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눈물도 없고, 극적인 음악도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잘립니다. 그 담담함이 오히..
그냥 한국판 킬러 액션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포스터만 보면 차갑고 세련된 느와르 장르처럼 보이니까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는 한참 자리를 못 뜰 정도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 영화가 액션보다 훨씬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게 분명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60대 킬러, 그 배경이 만들어내는 감각일반적으로 킬러 영화라고 하면 완벽한 신체 능력과 화려한 전투 장면을 중심에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존 윅 시리즈나 빌런 같은 작품들이 그렇죠. 그런데 파과는 처음부터 그 반대를 선택합니다.주인공 조각은 40여 년간 암살 조직 신성방역에서 활동해온 전설적인 킬러입니다. 그러나 영화가 보여주는 건 전성기가 아니라, 이미 몸이 예전 같지 않은 60대의 현재입니다. 숨이 차고, 움직임이 느려지고, 조직 안에서도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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