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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 (32)
버킷리스트 영화 (시한부, 우정, 삶의의미)

죽음을 앞두고 나서야 비로소 하고 싶은 일을 적는다는 게, 사실 좀 이상한 일 아닌가요? 2007년 개봉한 영화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보면서 저도 그 질문을 처음 떠올렸습니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시한부 환자가 병실에서 만나 함께 세계를 누비는 이야기인데, 막상 보고 나면 웃고 울었던 것보다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지?"라는 물음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시한부 선고 앞에 선 두 남자, 당신이라면 무엇을 적겠습니까영화의 두 주인공은 공통점이라고는 찾기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카터 챔버스(모건 프리먼)는 평생 자동차 정비공으로 가족을 위해 조용히 살아온 인물이고,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은 병원까지 소유한 억만장자 사업가입니다. 그런데 이 둘이 같은 병실에서 시한부(term..

카테고리 없음 2026. 7. 7. 10:10
캡틴 판타스틱 (줄거리, 비고 모텐슨, 교육철학)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정답을 아는 부모는 없습니다. 저도 그 질문 앞에서 오랫동안 멍하니 서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2016년 영화 《캡틴 판타스틱》은 그 질문을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꺼내 드는 작품입니다. 문명을 등지고 숲속에서 아이 여섯을 키우는 아버지 벤의 이야기인데, 비고 모텐슨이 이 역할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줄거리 — 숲에서 시작된 균열벤 캐시(비고 모텐슨)는 미국 북서부의 깊은 숲속에서 아내 레슬리, 그리고 여섯 명의 자녀들과 함께 자급자족하며 살아갑니다. 이 가족에게 마트도, 학교도, 스마트폰도 없습니다. 대신 매일 아침 암벽을 오르고, 저녁에는 플라톤과 촘스키를 읽습니다.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저도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저게 ..

카테고리 없음 2026. 7. 6. 10:06
조조 래빗 (홀로코스트, 성장영화, 편견)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 수상작이면서 관객 평점은 로튼 토마토 기준 94%에 달합니다. 처음 이 수치를 보고 반신반의했는데, 직접 보고 나서는 그 점수가 전혀 과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한 영화가 어떻게 이렇게 높은 관객 만족도를 가져갈 수 있는지, 숫자만 봐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됩니다. 그래서 좀 더 파고들어 봤습니다.홀로코스트를 10살짜리 눈으로 보면 생기는 일《조조 래빗》이 택한 가장 도발적인 장치는 서술 시점입니다. 홀로코스트(Holocaust), 즉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조직적으로 학살한 역사적 비극을 열 살짜리 소년의 눈으로 풀어냈습니다. 여기서 서술 시점이란 단순히 카메라 앵글이 아니라, 세상을 어떤 인식의 틀로 바라보느냐의 문제입니다. 조조는 나치즘을 선과 악의..

카테고리 없음 2026. 7. 6. 10:03
행복을 찾아서 (실화, 크리스 가드너, 노력의 한계)

《행복을 찾아서》의 원제 'The Pursuit of Happyness'에는 일부러 틀린 철자가 숨어 있습니다. 행복(Happiness)의 'i'를 'y'로 바꾼 것인데, 이 한 글자가 영화 전체의 철학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저는 단순한 전기 영화 한 편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실제 인물 크리스 가드너의 이야기는 6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무일푼에서 주식 중개인이 된 기록으로, 2006년 개봉 당시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만큼 묵직한 울림을 남겼습니다.실화가 가진 힘 — 크리스 가드너는 누구인가영화를 보기 전에 "실화 기반 전기 영화(biographical drama)니까 결말은 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오..

카테고리 없음 2026. 7. 5. 10:00
소울 리뷰 (픽사 철학, 재즈 음악, 삶의 의미)

꿈을 이루고 나서도 허무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오랫동안 바라던 일을 마침내 해냈을 때, 막상 아무 감흥이 없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픽사의 23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소울(Soul)》은 바로 그 순간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작품입니다.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음악상을 동시에 수상한 이 영화가 왜 성인 관객에게 유독 깊이 남는지,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중심으로 정리해 봤습니다.꿈만 바라보던 남자가 맨홀에 빠졌다 — 영화의 배경과 세계관혹시 지금 이 순간도 "이것만 이루면 행복할 텐데"라고 생각하며 살고 계신 건 아닌가요? 뉴욕의 중학교 음악 교사 조 가드너가 딱 그런 사람입니다. 그는 재즈 피아니스트의 꿈을 오랫동안 품고 있다가, 드디어 유명 밴드의 공연 무대에 서게 됩니다. 그런데 ..

카테고리 없음 2026. 7. 4. 09:57
리틀 포레스트 (힐링 영화, 음식과 자연, 청춘 공감)

2018년 개봉 당시 총 관객 151만 명을 동원한 《리틀 포레스트》는 제작비 15억 원짜리 소규모 영화였습니다. 그 규모를 생각하면 꽤 놀라운 숫자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감성 영화 아닌가" 하고 별 기대 없이 봤는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화면에서 눈을 못 뗐습니다. 힐링 영화라고 하면 흔히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보는 영화라고 여기기 쉽지만, 이 작품은 그 기대를 꽤 다른 방향으로 비틀어 놓습니다.힐링 영화라는 말, 생각보다 허술하게 쓰이고 있습니다일반적으로 힐링 영화(healing film)라고 하면 갈등이 적고, 풍경이 예쁘고,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를 뭉뚱그려 부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서 힐링 영화란 관객이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 정서적 회복을 경험하도록 설계된 장르를..

카테고리 없음 2026. 7. 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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