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잠이 안 올 때 괜히 예전 실수들이 떠오르고, '내가 왜 그때 그랬지' 하면서 뒤척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저도 그런 밤이 꽤 있었는데, 《인사이드 아웃 2》를 보다가 그 감각이 갑자기 생생하게 살아났습니다.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라는데, 왜 제가 이렇게 공감하고 있는 건지 영화를 보는 내내 그게 신기했습니다.불안이라는 감정을 다시 생각하게 한 영화2024년 6월에 개봉한 이 작품은 전편으로부터 9년 만에 나온 후속작입니다. 전편에서 11살이었던 라일리가 이제 13살, 사춘기의 문턱에 서 있고,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에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외에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라는 새로운 감정들이 들이닥칩니다.직접 극장에서 보기 전까지는 그냥 재미있는 후속작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를 처음 틀었을 때 그냥 미국판 졸업 파티 코미디겠지 싶었습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96%라는 수치를 보고도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102분을 다 보고 나서는 꽤 오래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졸업 전날 밤의 소동을 그린 영화가 이렇게 아프게 느껴질 수도 있구나 싶었거든요.모범생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리는 순간의 불안《북스마트》가 그리는 두 주인공 에이미와 몰리의 문제는 단순히 "놀아본 적이 없다"는 게 아닙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 두 사람이 겪는 혼란이 정체성 위기(identity crisis)에 훨씬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정체성 위기란 자신이 그동안 믿어온 자아상과 현실이 충돌할 때 겪는 심리적 혼란을 가리키는 말인데, 에이미와 몰리가 졸업 직전에 맞닥뜨리는 상황이 정확히 ..
연말에 가족들과 영화관에 갔다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걸 가지고 돌아온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대가족》을 보기 전까지는 그냥 웃고 울고 나오는 명절용 영화겠거니 했는데, 막상 보고 나서 집에 오는 내내 말이 없어졌습니다. 손익분기점 260만 명에 한참 못 미치는 약 34만 명이 관람한 영화지만, 제 경험상 이건 흥행 수치만으로 판단하기 아까운 작품입니다.가족의 의미, 혈연 너머에서 찾다양우석 감독은 《변호인》, 《강철비》처럼 무게감 있는 정치 소재 영화를 주로 만들어 온 감독입니다. 그래서 저는 솔직히 이 감독이 만든 가족 코미디라는 게 조금 낯설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그 낯섦이 오히려 영화의 강점이 되어 있었습니다.영화의 핵심 소재는 정자 기증(精子 寄贈)입니다. 여기서 ..
공포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이 천만 명이나 극장에 갔다면, 이 영화는 공포 영화가 아닌 겁니다. 《파묘》를 보기 전에 저도 그냥 귀신 나오는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막상 보고 나니 극장 문을 나서면서 드는 생각은 "이게 무서운 건지, 아니면 그냥 오래된 무언가를 건드린 느낌인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습니다. 오컬트 영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 전반부와 후반부를 두고 지금도 의견이 갈리는 영화입니다.오컬트 영화가 천만을 찍을 수 있었던 맥락《파묘》는 2024년 2월 22일 개봉해 최종 1,19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기존 오컬트 장르 최고 흥행작이었던 《곡성》의 687만 명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입니다. 공포 영화 특성상 제작비 회수가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오랫동안 대형 자본이 외면해 온 ..
저는 이 영화를 그냥 예쁜 초콜릿 구경하러 간 기분으로 봤습니다. 2024년 1월 한국 개봉 당시 "티모시 샬라메가 노래까지 한다"는 말에 반쯤 의심하면서 극장에 들어갔는데, 나오면서 생각이 꽤 달라져 있었습니다. 웡카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prequel), 즉 본편보다 앞선 시간대를 다루는 전작(前作) 이야기로, 세계 최고의 초콜릿 장인이 되기 전 윌리 웡카가 도시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담은 뮤지컬 판타지 영화입니다.프리퀄이 선택한 세계관과 장르적 설계영화를 보기 전에 한 가지 알아두면 좋은 게 있습니다. 웡카는 2005년작 찰리와 초콜릿 공장보다 1971년작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에 더 가까운 작품입니다. 전체적인 미장센(mise-en-scène), 그러니까 화면 안에 배치된 소품과 색채, ..
SF 영화라고 하면 보통 빠른 전투와 화려한 폭발 장면을 기대하게 됩니다. 저도 처음 듄을 보러 갔을 때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30분이 지나도 총 한 발 안 나오는 상황이 되니, 뭔가 이 영화는 다르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2021)은 스펙타클보다 세계 그 자체를 체험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압도적인 세계관, 어디서 왔는가혹시 스타워즈나 왕좌의 게임을 보면서 "이 세계가 이렇게 정교한 이유가 뭘까" 하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프랭크 허버트가 1965년에 발표한 소설 듄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았다는 점입니다. 즉, 우리가 이미 익숙하게 느끼는 많은 SF 설정들이 사실 이 원작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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