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89 머티리얼리스트 (사랑과 조건, 뉴욕배경, 결말) 로맨스 영화를 보러 갔는데 극장을 나오면서 든 첫 생각이 "나는 사람을 어떻게 보고 있었지?"였습니다. 셀린 송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머티리얼리스트》는 다코타 존슨, 크리스 에반스, 페드로 파스칼이 출연하는 A24 제작 작품입니다. 보고 나면 한참 머릿속을 맴도는 영화입니다.사람을 조건으로 보는 게 정말 나쁜 걸까요제가 직접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불편함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불편함이 영화 때문이 아니라 저 자신 때문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영화는 뉴욕의 결혼정보회사에서 일하는 커플매칭매니저 루시(다코타 존슨)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여기서 커플매칭매니저란 의뢰인의 조건을 분석해 최적의 파트너를 연결해주는 전문 직종을 의미합니다. 루시는 하루 종일 사람을 연봉, 키, 직업, 라이프스타일로 .. 2026. 5. 23. 8번 출구 영화 (루프물, 미장센, 원작비교)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게임 원작 실사 영화를 그다지 믿지 않았습니다. 원작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린 경우가 얼마나 됐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8번 출구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꽤 많이 바뀌었습니다. 단 하나의 지하 통로만으로 관객을 95분 내내 긴장 상태로 붙잡아 두는 영화가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게임을 영화로 옮긴다는 것의 한계와 가능성일반적으로 게임 원작 실사 영화는 원작의 세계관을 충실히 재현하지 못해 혹평받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영화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서 그 공식을 비껴갔다고 생각합니다.원작 게임 8번 출구는 KOTAKE CREATE라는 개발자가 혼자 만든 인디 게임입니다. 여기서 인디 게임이란 대형 퍼블리셔 없이 소규모 또는 1인 개발 환경에서 제작.. 2026. 5. 22. 영화 짱구 (후속작, 오디션, 청춘 드라마)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짱구를 보기 전에 저는 전작 바람의 열기가 그대로 이어질 거라고 막연히 기대했거든요. 그런데 극장을 나서면서 느낀 감정은 뭔가 복잡하게 뒤섞인 것이었습니다. 반가움, 아쉬움, 그리고 이상하게 오래 남는 씁쓸함. 이 글은 그 감정을 하나씩 정리해보려는 시도입니다.전작 바람을 알아야 더 아픈 영화영화 짱구는 일명 '비공식 천만 영화'라 불리는 바람의 후속작입니다. 여기서 '비공식 천만'이란 공식 집계상 천만 관객을 넘지는 않았지만, 입소문과 재관람, OTT 누적 시청으로 그에 준하는 파급력을 가진 작품을 가리킵니다. 바람이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정우가 직접 감독과 각본을 맡은 이번 영화는 그 연장선에서 출발하는데, 전작을 모르는 분이라면 감정적 입장이 꽤 달라질 수 있습.. 2026. 5. 22. 프로젝트 헤일메리 (외로움, 우주과학, 이종교류) SF 영화를 보고 나서 우주보다 사람이 더 크게 남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2026년 3월 개봉한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앤디 위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 보고 나오는 길에 이상하게 발이 무거웠습니다. 거대한 우주선도, 외계 생명체도 아니라 혼자 남겨진 사람의 외로움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기억을 잃은 과학자, 그리고 고립의 공포영화는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가 코마 상태에서 깨어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왜 여기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동료들은 이미 사망해 있고, 항법 컴퓨터는 현재 위치가 지구로부터 12광년 떨어진 타우 세티임을 알려줍니다.저는 이 초반부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보통 SF 영화는 스펙터클로 먼저.. 2026. 5. 22. 왕과 사는 남자 (청령포, 흥행, 완성도) 개봉 105일 만에 누적 관객 1,686만 명. 저는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천만을 넘은 한국 사극이 얼마나 됩니까. 그런데 《왕과 사는 남자》는 그걸 해냈고, 심지어 역대 국내 박스오피스 2위까지 올라섰습니다. 이 영화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렸는지, 직접 보고 나서 계속 생각하게 된 부분들을 정리해 봤습니다.1457년 청령포, 이 영화가 선택한 시선혹시 단종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면, 어디서 시작할 것 같으십니까. 대부분은 궁궐을 떠올릴 겁니다. 계유정난(癸酉靖難), 그러니까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권력을 장악한 쿠데타를 중심에 놓겠죠.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선택을 하지 않았습니다.《왕과 사는 남자》는 폐위된 어린 왕이 강원도 영월 산골 마을 광천골.. 2026. 5. 21. 티파니에서 아침을 (오드리 헵번, Moon River, 인종차별)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솔직히 말하면 스토리보다 분위기에 먼저 압도됐습니다. 검은 드레스에 담배 홀더를 든 오드리 헵번이 새벽 뉴욕 거리를 걷는 오프닝 장면에서 저는 이미 그 공기 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여러 번 다시 보면서 느낀 건, 이 영화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또 그만큼 낡은 부분도 분명히 있다는 것이었습니다.왜 오드리 헵번인가 — 아이코닉 이미지의 설계이 영화가 1961년 개봉 이후 지금까지도 소비되는 이유를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망설임 없이 오드리 헵번의 비주얼 퍼포먼스를 말하겠습니다. 단순한 연기를 넘어서 의상, 제스처, 표정 하나하나가 하나의 브랜드처럼 작동하는 방식이었습니다.의상을 담당한 것은 지방시(Givenchy)였습니다. 여기서 지방시란 프랑스의 하이 패션 메종으로.. 2026. 5. 21.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