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만 37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입니다. 제작비 800만 달러짜리 소품 음악 영화가 한국에서 전 세계 수익의 41%를 벌어들였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저는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그냥 조용히 스쳐갈 것 같았던 영화가 어떻게 이 정도 파급력을 가질 수 있었는지, 직접 보고 나서야 어느 정도 이해가 됐습니다.저는 원래 음악 영화를 찾아보는 편은 아닙니다. 음악 자체보다 이야기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비긴 어게인은 조금 달랐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기억에 남은 건 노래보다도 실패한 사람들이 다시 시작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연인에게 버림받고, 누군가는 직장에서 밀려나지만 영화는 그들을 불쌍하게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들로 바라봅니다. 그..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CODA라는 단어 자체를 몰랐습니다. 청각장애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녀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걸, 영화를 보고 나서야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아, 이건 단순히 장애 가족 이야기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흔들리는 루비의 모습이, 제가 직접 겪었던 어떤 갈등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CODA라는 단어가 품은 의미일반적으로 CODA는 음악 용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곡의 끝부분에 붙는 마무리 악절을 뜻하는 이탈리아어이죠. 그런데 이 영화에서 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s의 약자로도 쓰입니다. 여기서 CODA란 청각장애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청인으로 자란 자녀를..
첫날 학교에 갔을 때 아무도 내 쪽을 보지 않으면 더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랬습니다. 낯선 자리에 앉아 누군가 먼저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면서, 동시에 너무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랐던 그 모순된 감정. 영화 원더를 보다가 그 기억이 불쑥 올라왔습니다. 안면기형을 가진 열 살 소년 어기 풀먼이 처음 학교 복도를 걷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습니다.새로운 환경, 낯선 시선 앞에 서다원더는 2017년 개봉한 미국 드라마 영화로, R.J. 팔라시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감독은 스티븐 크보스키로, 성장 소설의 영화화에 일가견이 있는 연출가입니다. 주인공 어기는 하악-안면 이골증(mandibulofacial dysostosis)을 포함한 복합적인 선천성 안면 기형을 가지고..
살면서 한 번쯤은 '지금 당장 죽는다면 무엇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2006년 개봉한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는 바로 그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는 작품입니다. 퀸 라티파 주연의 이 따뜻한 코미디 드라마는 평범한 소시민이 오진 시한부 선고를 계기로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실행하며 삶의 본질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냅니다.버킷리스트가 바꾼 삶 — 조지아 버드의 선택뉴올리언스의 크레이건 백화점 주방용품 코너에서 일하는 조지아 버드는 전형적인 소시민입니다. 그녀에게는 꿈이 있었습니다. 체코 카를로비바리의 포프 호텔에 묵으며 유명 셰프 디디에의 음식을 먹어보는 것, 같은 백화점 캠핑용품 코너에서 일하는 숀 매튜스와 사랑을 이루는 것, 그리고 직접 요리사로서 자신의 실력을 펼..
요리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날 뻔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는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맛있는 음식 나오는 가벼운 영화겠거니 했는데, 보고 나서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존 패브로 감독의 2014년작 《아메리칸 셰프》, 원제 Chef는 요리보다 사람 이야기가 더 진한 영화입니다.잃어버린 열정, 다시 찾는 데 얼마나 걸릴까칼 캐스퍼는 LA의 잘나가는 레스토랑 골루아즈의 헤드 셰프입니다. 헤드 셰프란 주방 전체를 총괄하고 메뉴 방향까지 책임지는 자리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칼에게는 메뉴 결정권이 없습니다. 사장이 안정적인 매출을 이유로 기존 메뉴를 고수하라고 지시하기 때문입니다. 칼은 매일 남의 레시피를 반복하면서 점점 공허해집니다.저도 비슷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매일 같은 방식으로 같은 일을 반복하..
왕이면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킹스 스피치》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권력도, 왕관도, 말 한마디 내뱉는 두려움은 막아주지 못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말더듬증(stuttering)을 가진 영국 국왕 조지 6세가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와 함께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화려한 전쟁 서사보다 한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작품인데, 솔직히 처음엔 지루할 줄 알았습니다.왕도 무너지는 순간이 있다 — 영화의 배경과 맥락일반적으로 역사 영화라고 하면 전투 장면이나 정치적 음모가 중심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런 기대를 갖고 영화를 틀었습니다. 그런데 《킹스 스피치》는 시작부터 다른 방향으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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