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꽤 기대했습니다. 물에 잠긴 서울, 김다미와 박해수라는 조합, 넷플릭스 오리지널 재난 블록버스터. 조건만 보면 나쁠 이유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다 보고 나니 "이게 내가 본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예상과 전혀 다른 영화였습니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요.재난 영화인 줄 알고 틀었다가 SF를 본 기분처음 30~40분은 분명히 재난 영화입니다. 아파트 저층까지 물이 차오르고, 비상구는 막히고, 사람들이 각자 살겠다고 흩어지는 장면들이 이어집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 초반부의 압박감이 꽤 진짜 같다는 점이었습니다. 2012나 해운대처럼 스케일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침수된 공간 안에 사람들을 가두고 천천히 조이는 방식이라 오히려 더 불편했습니다.그..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났을 때, 설레는 게 맞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슬픈 게 맞는 걸까요. 저는 《만약에 우리》를 보는 내내 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2025년 12월 31일에 개봉해 260만 관객을 넘긴 이 영화, 단순한 멜로 흥행작이 아니라 이미 끝난 감정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현실 공감 연애 서사,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사실 저는 개봉 전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리메이크작이라는 점이 마음 한구석에 걸렸거든요. 《만약에 우리》는 2018년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를 원작으로 한 한국판 리메이크입니다. 리메이크(remake)란 기존 작품의 이야기 구조와 핵심 정서를 유지하면서 시대적 배경이나 문화적 맥락을 바꿔 새롭게 만드는 방식을 뜻합니다. 원작 팬이 있는 만큼..
1970년에 실제로 벌어진 납치 사건을 이렇게 코미디로 만들어도 되나 싶었는데, 다 보고 나서는 오히려 이 방식이 아니면 이 이야기를 하기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는 요도호 사건, 즉 1970년 일본항공 351편 공중납치 사건을 바탕으로 한 블랙코미디입니다. 실화가 원래부터 이렇게 황당했다는 게 더 놀라웠습니다.요도호 사건, 이걸 영화로 만든다고?1970년 3월, 일본 적군파 대원 9명이 도쿄 하네다 공항을 출발한 여객기를 납치했습니다. 목표는 북한으로 날아가 혁명 기지를 세우겠다는 것이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제가 처음 이 사건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진짜야?'였습니다.이 사건을 다루는 영화 굿뉴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한국 정부가 김포공항을 평양공항으..
로맨스 영화를 보러 갔는데 극장을 나오면서 든 첫 생각이 "나는 사람을 어떻게 보고 있었지?"였습니다. 셀린 송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머티리얼리스트》는 다코타 존슨, 크리스 에반스, 페드로 파스칼이 출연하는 A24 제작 작품입니다. 보고 나면 한참 머릿속을 맴도는 영화입니다.사람을 조건으로 보는 게 정말 나쁜 걸까요제가 직접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불편함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불편함이 영화 때문이 아니라 저 자신 때문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영화는 뉴욕의 결혼정보회사에서 일하는 커플매칭매니저 루시(다코타 존슨)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여기서 커플매칭매니저란 의뢰인의 조건을 분석해 최적의 파트너를 연결해주는 전문 직종을 의미합니다. 루시는 하루 종일 사람을 연봉, 키, 직업, 라이프스타일로 ..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게임 원작 실사 영화를 그다지 믿지 않았습니다. 원작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린 경우가 얼마나 됐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8번 출구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꽤 많이 바뀌었습니다. 단 하나의 지하 통로만으로 관객을 95분 내내 긴장 상태로 붙잡아 두는 영화가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게임을 영화로 옮긴다는 것의 한계와 가능성일반적으로 게임 원작 실사 영화는 원작의 세계관을 충실히 재현하지 못해 혹평받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영화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서 그 공식을 비껴갔다고 생각합니다.원작 게임 8번 출구는 KOTAKE CREATE라는 개발자가 혼자 만든 인디 게임입니다. 여기서 인디 게임이란 대형 퍼블리셔 없이 소규모 또는 1인 개발 환경에서 제작..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짱구를 보기 전에 저는 전작 바람의 열기가 그대로 이어질 거라고 막연히 기대했거든요. 그런데 극장을 나서면서 느낀 감정은 뭔가 복잡하게 뒤섞인 것이었습니다. 반가움, 아쉬움, 그리고 이상하게 오래 남는 씁쓸함. 이 글은 그 감정을 하나씩 정리해보려는 시도입니다.전작 바람을 알아야 더 아픈 영화영화 짱구는 많은 관객에게 오랫동안 회자된 영화 《바람》의 후속작입니다. 정우가 직접 감독과 각본을 맡은 이번 영화는 그 연장선에서 출발하는데, 전작을 모르는 분이라면 감정적 입장이 꽤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 영화 초반에 전작 상철 역 배우가 잠깐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바람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반사적으로 가슴이 쿵 내려앉는 순간이지만, 처음 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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